보이지 않는 곳에서 마을을 지키는 사람들

서귀포시 표선면 자율방재단장 강창규

정보신문 jbnews24@naver.com
2025년 05월 13일(화) 10:17
서귀포시 표선면 자율방재단장 강창규
[정보신문] ‘안전·안심마을’. 말만 들어도 따뜻하고 믿음직스럽다. 하지만 그 말이 현실이 되기까지는 수많은 손과 발의 노력이 필요하다. 나는 그 노력의 현장 한가운데에서, 자율방재단장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고 있다.

자율방재단은 위기 상황이 닥쳤을 때 움직이는 조직이 아니다. 위기를 미리 막기 위해 움직이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평소에도 마을을 돌아다니며 위험 요소를 살핀다. 돌출된 전선, 파손된 배수구, 기울어진 담벼락 같은 것들. 언뜻 보면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방심하면 큰 사고로 이어진다.

사람들은 묻곤 한다.“이런 일을 왜 하세요?”사실 나도 처음에는 망설였다.
내 일도 바쁜데, 이걸 왜 내가 해야 하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어느 여름밤, 폭우 속에서 단원들과 함께 배수로를 정리하고, 위험한 길목에 라바콘을 세우고 나서야 알게 됐다. 이 일은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우리처럼 마을을 잘 아는 사람들이, 먼저 움직여야 한다는 것을. 그날 이후로 생각이 바뀌었다.

나는 우리 마을의 안전 지킴이라는 사명감을 갖게 됐다.
누구보다 이 마을을 잘 알고, 이웃의 얼굴을 알고, 골목의 특성을 아는 사람들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안전·안심마을은 슬로건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만들어가는 실천의 결과다. 그 기반에는 마을 주민들의 관심과 참여, 그리고 자율방재단의 조용한 헌신이 있다.

앞으로도 자율방재단은 단순히 재난에 대응하는 조직이 아니라, 일상의 안전을 챙기는 마을의 동반자로 살아갈 것이다. 이웃이 안심하고 아이가 뛰어놀 수 있는 마을. 위험이 생기면 언제든 손 내밀 수 있는 마을. 그런 마을을 만들기 위해 오늘도 우리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조용히 움직인다. 그게 내가 이 길을 걷는 이유다.
그리고 우리가 바라는 마을의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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