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을락 헐 사름 여기 부트라. 외국인도 외계인도 부트라.
검색 입력폼
 
시사칼럼

곱을락 헐 사름 여기 부트라. 외국인도 외계인도 부트라.

서귀포시 도서관운영사무소 주무관 신지민

서귀포시 도서관운영사무소 주무관 신지민
[정보신문] 열 살이 채 안 되었을 때의 일이다. 아버지가 직장을 옮기게 되어 제주에서 육지로 이사했다. 전학이라는 일은 기대만큼 걱정도 동반한다. 낯선 곳, 낯선 말투에 긴장해서 먼저 말을 붙이는 일이 어려웠다. 데면데면하게 지내던 어느 날 쉬는 시간에 접점을 찾았다.

같은 예능 프로그램을 즐겨보는 친구들이 있던 것이다. 우리는 그 프로그램에서 등장하는 놀이를 하며 신나게 웃었다. "우주선에서 외계인이 내려와 하는 말~" 이라는 문장과 함께 시작하는 몸놀이다. 그 후로 다른 놀이를 하면서도 가끔 그 놀이가 생각이 났다. '외계인도 이렇게 웃으면서 지구인들이랑 친해졌을까?'

도서관에서 강연을 준비하다가 강사의 외국인 등록증을 보게 되었다. 'Alien Registration Card'라고 적혀 있었다.

"에일리언? 외계인 아닌가?“ 찾아보니 '외계인'은 물론 '이방인', '외래의'라는 의미도 있다. 거리감이 느껴지는 단어여서 그런지 외국인 등록증의 이름은 23년에 Residence Card로 변경되었다고 한다. '외국인, 외계인..' 엉뚱하게도 어릴 적 하던 놀이가 생각났다. 말이 잘 통하지 않아도, 관심사가 일치하지 않아도, 웃고 떠드는 사이에 친해지던 장면이.
지난 5월 18일에 도서관에서 그림책 뮤지컬을 공연했다.

곱을락 헐 사름 여기 부트라. 곱을락 헐 사름 여기 부트라.
어린 배우들이, 마찬가지로 어린 관객 몇 명을 무대로 불렀다. 특별한 인사나 설명은 필요 없었다. 노래 한 소절과 간단한 동작을 반복하는 사이에 아이들의 거리는 부쩍 줄었고 얼굴엔 웃음이 가득 찼다.

2025년 5월, 서부도서관에서 다문화 인문 강연 「신화와 함께 세계여행」을 운영한다. 첫 강의의 주제는 '다문화의 원조 제주도'. 다문화의 원조라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제주 사람들이 어떻게 이주민과 교류해왔는지, 그런 내용은 강의를 들어야 알 수 있겠지만 한 가지 짐작만 해본다. 그 속에 분명 곱을락 노랫소리가 함께 있었으리라고.
정보신문 jbnews2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