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막이 너머에서 들여다 본 1달 간- 2025년 서귀포시 동계 대학생·청년 아르바이트를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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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칼럼

칸막이 너머에서 들여다 본 1달 간- 2025년 서귀포시 동계 대학생·청년 아르바이트를 마치며

서귀포시 예래동 동계 대학생·청년 아르바이트 이수연

서귀포시 예래동 동계 대학생·청년 아르바이트 이수연
[정보신문] 1년에 두 차례 방학기간 중 약 1달 간 좋은 경험이 되는 일자리가 있다는 이야기는 꽤 오래전에 들어 알고 있었습니다. 저도 몇 번 기도하는 마음으로 일자리에 지원하고 조마조마하게 결과를 확인했던 기억이 납니다. 매번 ‘이번에는, 이번에는 제발!’ 하고 간절한 마음이었건만, 야속하게도 ‘아쉽지만 귀하는 ’ 이라는 글자만 매번 봐야했습니다.

그렇게 학생신분을 마치고 나서는 ‘이 일은 더는 나와 연이 없는 경험이구나’하며 잊고 지냈습니다. 올 겨울 우연히 한 구인구직사이트에서 일자리 공고를 보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그런데 무언가 이상함에 눈길이 잡아끌려습니다.

제목 중간에 자리한 ‘청년’이라는 두 글자, 이제는 어디든 저를 소개할 때 가장 앞에 붙는 한 단어가 보였습니다. 알고보니 작년 즈음 서울 성동구청에서 처음으로 대학생 조건을 폐지하고 통칭 청년인턴을 모집하였고,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합니다. 모범적인 사례가 선행되었으니 올해 겨울은 제주도도 차례를 이어받은 것이었습니다. 너무나 기쁘고 설렜습니다. ‘아니 그러면 나도 지원이 가능한 거잖아!’ 바로 모집공고에 신청하고 선정되었습니다.

지원할 때에는 기대만 가득했는데 막상 출근이 확정되자 불안함이 앞서기 시작했습니다. 저에게 ‘공공’이 붙은 어떠한 공간들은 항상 신비와 막연한 두려움으로 가득했습니다. 하지만 재밌게도 두려움은 호기심의 한 갈래였는지 동시에 저는 항상 궁금했습니다.

저 안의 공간은 어떤 곳일까? 어떤 체계로 돌아가는 곳일까? 어떤 일을 할까? 내가 저 안에 소속되어도 적응을 할 수 있을까? 학교나 동사무소에서 봤던 모습을 나름대로 떠올려보면 그 공간은 친절하지만 어려운 곳, 지정된 규칙을 준수해야만 하는 곳으로만 생각했습니다. 항상 덜렁대는 내가 일을 잘 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습니다. 걱정되는 마음이 점점 커지길래 인터넷으로 후기들을 계속 찾아봤습니다. 결론은 배치되는 부서마다 차이가 크니 가봐야 안다는 것입니다.

행정업무는 한 번도 맡아본 적이 없어 걱정과 설렘으로 첫 출근을 했습니다. 함께 근무할 분들께 인사드리는 것으로 시작된 하루는 걱정과는 달리 수월하고 편안했습니다. 모든 분들이 친절하게 대해주셨고 제가 맡은 업무는 민원인을 도와 사업신청서 작성을 안내하는 일이었습니다. 어떤 사업을 시행하는 중인지 설명을 드리고 신청서 서식에 필요한 정보기입과 첨부서류 발급을 알려드리면 됩니다.

물론 쉽기만 한 일은 아니었습니다. 처음 도전하는 일인 만큼 생각지 못한 어려움도 있었습니다. 가장 근본적인 어려움은 바로 민원인이 사용하는 일상적인 언어와 사업신청서 서식에 기입된 행정적인 언어 사이의 간극이었습니다. 제게는 두 언어 사이에서 적절한 중간을 찾아 끊임없이 동시통역을 진행하는 일처럼 느껴졌습니다. 제 미숙한 능력에도 많은 민원인께서 웃으시며 친절하게 응대해주어 고맙다고 표현해주실 때는 그 무엇보다 뿌듯한 기쁨이 마음 가득 차올랐습니다.

약 한 달간의 시간이 제게는 너무나 귀한 추억이자 경험을 남을 것입니다. 나 자신이 해낼 수 있는 일에 무의식적으로 한계를 규정하고 있던 제게 전혀 접근해본 적 없는 새로운 일에 도전한다는 점 자체가 큰 보람으로 남았으며, 어디까지 내 능력이 닿는가를 현장에서 겪고 배울 수 있었습니다.
정보신문 jbnews2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