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산불, 무엇을 남겼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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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칼럼

최악의 산불, 무엇을 남겼는가

제주시 구좌읍사무소 고대륜

제주시 구좌읍사무소 고대륜
[정보신문] 2025년 3월, 경북, 경남, 울산 등 전국 각지에서 발생한 산불로 4만 8천여 헥타르의 산림이 소실되며, 이는 우리나라 역사상 최악의 산불로 기록되었다. 산림청은 산불재난 국가위기경보를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발령하고 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했지만, 건조한 대기와 강풍, 열악한 진화 여건으로 인해 초기 진화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이번 산불이 급속도로 확산된 주요 원인으로는 높은 산불지수(강풍, 건조한 대기)와 함께, 부족한 임도와 급경사지 같은 환경적 요소가 지목된다. 일부 전문가들은 비화(飛火) 현상을 유발하는 침엽수와, 최대 1m에 이르는 두꺼운 활엽수 낙엽층을 원인으로 꼽는다. 이들은 진화 환경보다는 산림 내 단일 임상(林相), 즉 침엽수림이나 활엽수림의 특성이 재난을 키웠다고 분석한다.

하지만 척박한 토양에서도 잘 자라는 수종은 대부분 소나무와 같은 침엽수이며, 낙엽층은 어떤 수종이든 자연적으로 형성되는 것이다. 불에 완전히 강한 나무는 존재하지 않으며, 건조한 날씨와 강풍이 겹치면 수종과 관계없이 산불에 취약해진다. 결국 특정 수종의 문제가 아닌, 산불이 발생했을 때 이를 조기에 제압하지 못한 ‘진화 환경’의 문제가 크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산림을 없앨 수는 없다. 산림은 물의 순환과 토양의 형성·보존, 생물의 서식지로서 기능하며, 탄소흡수원으로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따라서 산불을 효과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진화 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이 필수적이다. 산불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조기에 진화하기 위해서는 임도(산림 관리용 도로)를 확충하고, 현대화된 진화 장비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나라 산림의 61%가 사유지인데다 환경 파괴에 대한 우려도 커, 임도 증설은 현실적으로 많은 제약을 받고 있다. 예산 부족 역시 첨단 진화 장비의 보급을 지연시키는 요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인프라 구축을 한꺼번에 해결하기보다, 실현 가능한 부분부터 순차적으로 개선해 나가는 전략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임도 설치로 침해되는 사유지에 대해 적절한 보상을 보장하는 법적 장치를 마련하고, 일부 지역부터라도 현대화된 진화 장비의 보급을 시작하는 것이 첫걸음이 될 수 있다. 더불어, 이 같은 인프라 확충이 환경 파괴가 아니라 산림을 보호하기 위한 ‘적극적인 수단’임을 사회적으로 설득하는 과정도 중요하다.

한편, 현재 제주의 주요 이슈 중 하나는 '오름 원형 복원'이다. 고유한 생태적 가치를 지닌 오름의 복원과 환경 파괴 우려가 맞서고 있는 가운데, 타협적인 대안으로 오름 상층부는 원형을 최대한 복원하고, 하층부는 기존 숲을 유지하되 산불 대응을 위한 임도 설치 및 현대화된 진화 시스템을 병행 구축하는 방안을 제안해 본다.
정보신문 jbnews2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