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귀포시 생활환경과 주무관 이승미 |
뜨개질은 서두를 수 없다. 서둘러 코를 잡다 보면 실은 금세 엉키고, 무늬는 흐트러지기 마련이다. 실수한 부분은 다시 풀고 처음부터 차근차근 엮어야 제대로 된 결과물을 만들 수 있다. 그 과정은 마치 우리가 청렴을 지켜나가는 태도와 닮아 있다. 작은 편법이나 순간의 이익에 흔들리지 않고, 정직한 과정을 반복해가는 것. 그것이 바로 청렴이다.
누군가 지켜보지 않더라도, 뜨개질을 하는 손은 정직해야 한다. 코를 하나 잘못 걸면 겉으로는 티가 나지 않더라도 전체 무늬가 어그러지고 만다. 청렴도 마찬가지다. 겉으로는 티 나지 않는 행동이라 해도, 양심이 흔들리는 순간 우리 삶의 기반도 서서히 무너질 수 있다. 진정한 청렴은 외부의 감시가 아니라 내면의 원칙에서 비롯된다.
뜨개질을 하다 보면 실수를 되돌리고, 실타래를 다시 풀어야 할 때가 있다. 그럴 땐 시간이 아깝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 과정을 포기하지 않아야만 완성도 있는 작품이 나온다. 청렴 또한 순간의 유혹을 뿌리치고, 옳은 길을 돌아가더라도 끝내는 떳떳한 결과를 만들어낸다. 결국 정직한 노력은 헛되지 않음을, 뜨개질은 늘 내게 말해준다.
작은 바늘 끝에서 시작된 이 취미는 내게 꾸준함과 정직함의 의미를 가르쳐주었다. 그리고 그것이 곧 청렴의 본질이 아닐까 생각한다. 청렴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일상의 태도다. 바늘 하나, 실 한 올에도 정성을 다하듯, 우리의 말과 행동, 선택 하나하나에도 청렴의 실을 엮어간다면, 우리 사회는 조금 더 따뜻하고 건강해질 것이다.
뜨개질은 속도를 내지 않는다. 하지만 그 느린 리듬 속에서 더 깊고 단단한 무늬가 만들어지듯, 청렴 역시 당장은 눈에 띄지 않아도 결국 신뢰와 존경이라는 단단한 결과로 이어진다. 오늘도 나는 바늘을 들며 다짐한다. 한 코 한 코 정직하게, 그리고 청렴하게 살아가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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