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을 건너는 책 한 권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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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칼럼

우울을 건너는 책 한 권의 힘

서귀포시 도서관운영사무소 주무관 이은숙

서귀포시 도서관운영사무소 주무관 이은숙
[정보신문] 5월은 흔히 ‘계절의 여왕’이라 불린다. 짙어지는 녹음, 어디서든 생명의 기운이 넘실거리는 이 계절은 자연이 가장 아름답게 완성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햇빛은 쏟아지고, 꽃은 만개하고, 나무들은 저마다 푸르름을 자랑하듯 잎을 내민다. 그 속에 우리는 감탄하고, 쉼을 얻으며, 어쩌면 활력을 되찾는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 찬란한 계절은 우울을 호소하는 이들에게는 가장 힘겨운 시기이기도 하다.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 봄의 활기찬 분위기는 오히려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주고, 그로 인해 감정 기복이 심화되거나 극단적인 생각에까지 이르게 하기도 한다. 계절성 정동장애, 즉 계절의 변화에 따라 감정이 영향을 받는 이 질환은 전체 우울증의 약 10% 정도를 차지한다고 한다.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마음속에 크고 작은 우울의 그림자를 안고 살아간다. 바쁜 일상, 과중한 업무, 경쟁 속에서의 비교와 소외. 나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어느 순간 번아웃이라는 이름의 탈진 상태에 빠져 있었고, 일상을 견디는 일조차 힘에 부쳤다.

이럴 때 나를 구해준 건 다름 아닌 책이었다. 책 속에는 내 안의 무기력과 공허를 가만히 들여다보게 해주는 문장들이 있었다. 누구보다 나를 잘 아는 듯한 인물들과의 만남, 나 대신 슬퍼하고 기뻐해주는 이야기들이 마음 깊숙이 잔잔히 스며들었다. 그렇게 조금씩, 책 한 권이 나를 일으켜 세웠다.

영국 서섹스대학교 데이비드 루이스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단 6분의 독서만으로도 스트레스가 68% 줄어든다고 한다. 이는 음악 감상, 산책보다도 높은 수치다.

독서는 세상에서 가장 조용한 치유다. 햇살이 눈부신 5월, 책이라는 그늘 아래서 마음의 숨을 돌려보는 건 어떨까.

정보신문 jbnews24@naver.com